경영지도사

경영지도사의 일 - 창업 기업의 사업 기획서 작성 대행

Primavera da alma 2022. 12. 22.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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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한 지도사들은 각자 고유의 영역이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는

HACCP/ISO/벤처기업 등 인증, 강의, 수출입, 수출대행 등등이 있는 것 같고,

금융업체와 연계한 (정책자금)대출알선, 보험업체와 연계한 절세/상속 등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외 VC, 투자를 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솔직히 다른 분들이 어떤 일을 하시는지 잘 알지는 못합니다.

 

제 주종목은 문서 작성입니다.

올 해 제 수입의 80% 정도가 문서 작성에서 나왔습니다.

나머지 20%는 컨설팅, 강의, 인증 기타등등입니다.

 

특히 올 한 해는 무슨 문서 만드는 기계처럼 일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골방에 틀어박혀 문서를 만들었습니다.

이게 처음에는 할만 한데, 하다 보면 상당히 고된 일입니다.

작가들의 수명이 짧다고 하는데, 이 작업 역시 그렇습니다.

 

 

제가 작성하는 문서는 모두 정부기관에 제출하는 것입니다. 

이 일을 하는 데에, 경영지도사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자격증을 요구하는 고객도 없고, 자격증이 있다고 더 인정하지도 않습니다.

납품한 문서의 품질과 합격율, 기존 고객의 추천이 훨씬 더 강력합니다. 

공공기관에서 경영평가보고서 썼던 경력이 이 일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이걸 '지도사의 일'이라고 표현하는게 맞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지도사고, 제가 하는 일이니 '지도사의 일'의 범주에 넣어보겠습니다.

 

 

제가 작성하는 문서는 대략 3개의 분야로 나뉩니다.

오늘은 그 중, "창업기업의 사업계획서 작성 대행"에 대해서 말씀드립니다. 

 

주로 예비/초기창업패키지, 청년창업사관학교 등등 정부에서 수행하는 창업지원 사업의 지원서를 작성합니다.

이 과업은 제가 직접 작성을 하는 경우와 작성을 컨설팅 하는 경우로 나뉘는데,

컨설팅을 하는 경우는 창업보육기관(ex. xx대학교 창업지원센터 등)에서 저를 컨설턴트로 위촉하여 예비 또는 초기창업자를 지도하고 보수는 기관이 저에게 지급하는 경우입니다.

이건 지도사 컨설팅 비용을 받고, 창업자에게 기획서를 직접 쓰도록 한 후 첨삭을 해 줍니다.

아래는 창업자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온라인으로 지도해주는 장면입니다.

중요한 정보는 가렸습니다. 

 

 

 

제가 직접 집필하는 경우는 좀 다릅니다.

대개의 경우, 대표자가 문서 작성을 거의 전혀 못하는 경우에 저에게 의뢰합니다.

대표자와 인터뷰를 하고, 초안을 작성 후 다시 미팅을 해서 보완을 하고 최종 작업을 한 후에도 또 수정 작업을 합니다.

이 경우, 합격을 하면 저에게 계속 일을 주시는 단골이 되고, 떨어지면 그 후부터는 연락이 없습니다.

2020년도 정도 까지는 합격율이 매우 높았는데 (70~80%), 올 한 해는 그보다 많이 떨어졌습니다. 대략 50% 수준.

정부지원과제에 지원율이 무지막지 높아졌고, 지원자의 수준들이 많이 높아졌으며,

잘 안 될 것 같은 과제들도 덥썩덥썩 받아서 했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인데, 

고객이 구슬 서 말 (좋은 아이템, 사업자의 역량) 은 갖고 와야 제가 합격하도록 젤 꿸 수 있는 것입니다. 

 

 

kick-off 미팅만 해서는 이 분이 붙을지 떨어질지 잘 알 수 없습니다.

초안을 쓰고 자료를 수집하다보면 대충 붙을지 감이 옵니다.

인터뷰를 하다가, '사실은요...' 라면서 숨겨뒀던 치명적 약점을 꺼내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심지어, 다 써 놓고 제출 직전에서야 본인이 신용불량자라는 것을 고백한 고객도 있었습니다.

제출도 못했고 비용은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과업을 받을 때에는 지원자에게 너무 높은 기대를 심어주면 안됩니다.

첫 미팅 때에는,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드려야 합니다.

 

이 과제를 받을 때 처음에는 대개의 고객님들이, "합격 시 비용 지불" 조건을 말씀하십니다.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합격 여부와 관계 없이, 최종 문서를 작성하여 납품하는 것을 과업으로 하셔야 합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합격 조건부 사업기획서 작성은 불법임

- 고객이 합격조건부를 제안하면, "불법입니다" 라고 말하며 한 번에 거절합니다.

 

2. 합격을 했는지 안했는지, 내가 확인할 방법이 없음

- 실제로 제가 이 일을 처음 했을 때 겪었던 일입니다. (그 때는 불법인지 몰랐습니다)

 ·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고객이 탈락했다고 연락을 주었고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붙었었습니다.

 · 붙어놓고도 돈을 안 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건, 그래놓고 몇달 뒤 전화해서 다른 과업을 같이 하자고 하셨습니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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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은, 그냥 문서 써주기를 대행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고객사 대표와 심도 깊은 인터뷰를 하며, 정부지원사업에 합격하기 위한 주요 포인트를 발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고객사 대표는 본인이 가진 역량과 사업의 매력을 의외로 잘 모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엔지니어 출신 고객사 대표는, 본인의  아이템의 장점을 대체로 기능적으로 설명을 합니다.

이를테면, "우리 제품은 난연 기능이 있어서 불이 붙지 않는 침대" 라고 설명합니다.

그럼 이걸, "난연 제품의 침대" 라고 사업계획서를 쓰면 안됩니다.

고객은 불이 붙지 않는 침대에 돈을 더 지불할 의향이 별로 없습니다. 

난연 기능은 누구에게 왜 필요한지, 그래서 그걸 어떻게 어필할 것인지를 끌어내야 합니다.

이를테면, 가정 내 사고로 사망하는 노인들이 많은데, 그 중 대부분은 침대에 불이 붙어서이다. 

특히 찜질기나 온열기를 침대에서 사용하는 경우 화재 위험이 높다. 이 제품은 "시니어 침대"다.

는 식으로 포지셔닝까지 하고, 어떤 채널로 어떻게 판매할지, 향후 개발/사업 로드맵 등등에 대해서까지 고객사의 상황에 맞게 써 줘야 합니다.

그래서 결국, 정부지원사업의 결과와는 별개로 이 문서는 실전에서 활용 가능한 사업 전략 기획서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제가 작성해 드린 그 과제에는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그 문서를 modify해서 이후 다른 과제에 합격하시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의 이력이나 경력도, 불러주는 것을 그대로 적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자가 그 사업을 왜 잘 할 수 있는지를, 그의 이력과 경력으로부터 도출해 내야 합니다.대표자의 삶을 샅샅이 듣고, 지금의 사업과 연계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한글 프로그램을 잘 사용해야 합니다.

 - 너무 당연하고 기본적인 역량입니다. 

2. 창업프로그램의 심사평가 위원 경력이 큰 도움이 됩니다.

 - 합격하는 사업보고서를 쓰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대표자에게 신뢰를 줍니다.

3. 창의성과 논리성이 필요합니다. 

 - 대표의 삶과 사업 아이템의 적합성을 일관성있게 정렬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사업의 취지에 맞게 써야 합니다.

 

그렇게 나온 산출물은 대충 이렇습니다.

역시, 고객사의 정보가 노출되면 안되니 블러 처리 합니다.

 

 

대체로 한 개의 사업보고서는 17~20장 정도 됩니다.

저는 이 일을 할 때, 기본급 50만원 + 장당x10만원을 받습니다. 

이를테면, 20페이지라면 250만원을 받는 식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사업기획서 하나 쓰는 데에 2~3주쯤 걸려서, 이게 ROI가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심각히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문서작성 기계가 되어, 1주일 정도면 한 개 씩을 해 낼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합격/불합격과 관계 없이, 최종 산출물을 납품하는 것으로 과업은 종료가 됩니다.

(제출은 대표자의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므로, 대표자가 직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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