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가 끝나고 다시 생업의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연초에 돈을 많이 못 벌었기 때문에 여름까지 좀 무리해서 일을 했습니다.
말이 좀 무리해서지, 낮에는 가사와 육아, 밤 늦도록 컨설팅 업무, 늦잠자기의 좋지 않은 생활리듬이 생겼습니다.
그래도 일단 2차는 인강을 듣기로 마음 먹고, 키노프 카페 좀 찾아보다가 큰 고민 없이 아이파 인강을 결제했습니다. 어떤 강의 어떤 책이 좋은지 알아보는 것에 투여되는 시간과 노력조차 아까운 시기였습니다.
첨언을 드리자면, 아이파 경영지도사 인터넷 강의는 이 시장에서 1위이고, 키노프 네이버 카페는 그 학원에서 만든 커뮤니티로, 가장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여러 커뮤니티와 학원이 있는데, 그런 것들 찾아다닐 시간을 아껴서 공부를 더 하시는게 맞습니다.
인강을 결제는 했지만 여전히 공부할 시간은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는 인강을 본격 펴 보지 않았고, 대신 유튜브 프리미엄을 활용, '경영지도사 300' 님의 기출문제 강의만 계속 돌려 들었습니다. 들으면서도 이게 무슨말인지 거의 몰랐습니다. 그래도 계속 들었습니다. 그냥 용어에 익숙해지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분 강의 추천합니다. 책은 너무 비싸서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www.youtube.com/channel/UCl1uIq_Lcbb_BeYzgTKVU9w
다행인지 불행인지, 일감은 계속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2차가 며칠 안남았습니다. 이제 올 해 벌어야 할 돈은 대충 다 벌어놓은 것 같고, 본격 공부를 시작한 것은 추석연휴 직후였습니다. 원래 추석 때부터 시작했어야 했는데, 사람이 그게 참 안됐습니다. 그냥 시골 부모님 집에 가서 아이들과 또 실컷 뛰어 놀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며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분명히 가고, 그 날은 반드시 옵니다.
무섭고 준엄한 심판의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올 해 이 시험을 확실히 붙지 못하면 계속 늘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장수생이 되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마음을 먹었으면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끝내야 고통의 총량이 적습니다.
2차 공부를 막상 시작해 보니,
1차와는 공부의 양과 난이도,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1차가 커피면 2차는 T.O.P,
1차가 1 만큼의 난이도와 양이면, 2차는 10 정도입니다.
1차는 그냥 내용을 알면 객관식 시험 스킬을 활용하여 어느 정도 답을 맞출 확률을 갖는데,
2차는 해당 내용에 대하여 매우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전혀 쓸 수가 없습니다.
1차는 기본점수 20점을 먹고 들어가지만 (객관식이니 모두 찍어도 확률상 20점은 나옵니다)
2차는 수석합격자가 80점입니다. 20점을 까고 시작합니다 (주관식 만점을 80점으로 주는 것 같습니다.).
1차는 외우고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지만 2차는 그걸 정확히 써 내야 합니다.
심지어 글씨도 잘 써야 합니다.
1차처럼 공부했다가는 떨어지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추석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새로 일감을 받지 않고 (눈물을 머금었습니다. ㅠ.ㅠ) 진행 하던 것만 마무리하기도 마음을 먹었습니다. 여전히 낮에는 아이들이 학교를 안가니 전업주부, 아내가 퇴근하면 바톤 터치 후 일을 하거나 공부를 했습니다. 그래도 참 진도가 나가지 않아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갔습니다.
그 와중에 또 왜 드라마를 시작했을까요.
드라마 “화양연화”에 푹 빠져 시간을 낭비합니다.
90년대 운동권 대학생 이야기로, 저거 내 얘기인데, 하는 부분이 나와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이외 유튜브 프리미엄 덕에 ’청소년드라마 나‘를 보며 고교시절 회상도 했습니다. 저랑 나이가 거의 정확한 출연진들이, 그 시대에 고등학교 이야기를 찍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것 같아, 시험을 정확히 1개월 남겨놓은 상태에서 집 앞 독서실을 등록합니다. 좁고 허름한 독서실이었습니다. 1개월간 하루 일과는, 오전에 아이 밥을 챙겨주고 집안일 3종세트(청소/빨래/설겆이), 오후에 방에서 혼자 공부하다가 아내가 퇴근하면 독서실로 가서 문 닫는 1~2시까지 공부하기였고, 주말에는 아내에게 집안일을 다 넘겨버리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집중해서 열공하기를 했습니다.
여기부터는 2차 학습 방법을 공유해보겠습니다.
1차 학습방법을 쓰지 않은 이유는, 1차는 그런 것 없이 그냥 쉽게 합격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냉정하게, 1차 공부가 너무 부담스럽다면, 2차는 거의 가망 없는겁니다.)
1. 기본적으로, 이동시간 및 가사(청소빨래설겆이) 중에 강의를 계속 들었습니다.
- 경영지도사 300과 아이파 인강 다운로드 듣기입니다.
2. 기본서는 보지 않았습니다.
- 학원에서 준 책을 100% 소화하는 것 조차 만만지 않아, 학원교재를 100% 마스터하면 볼 생각이었습니다.
- 이번 시험에 떨어지면 재시때에는 기본서를 볼 생각이었습니다.
3. 회독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본 7회독은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 1회독: 목차와 내용을 훑으며, 이게 뭔가를 안다 (과목당 하루)
- 2회독: 인강을 보며,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하지만 모르는 것과 외워야 할 것은 skip한다 (3과목 합쳐서 한달)
- 3회독: 처음부터 다시 회독 하되, 모르는 것을 최대한 짚어가며 공부하고, 외울 것은 외운다, 그러나 여전히 외우기 어려운 내용은 또 skip 한다 (보름정도) →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이다.
- 4회독: 여기부터는, 아는 것은 확인을 하고 넘어가고, 모르는 것을 집중해서 이해하고 외우고 인출한다
- 5회독~7회독: 이 즈음 되면 2일에 1과목 1회독이 가능한데, 여전히 이 시점에서도 모르는 부분들이 있다.
- 7회독이 끝나면, 키노프 카페에서 다운로드 받은 아래의 자료를 보며 인출하기 시작한다.
· 시험 일주일 전 부터는 이 작업을 계속했다
4. 두음문자 훈련을 계속 해야 한다.
- 문제가 나오면, 이게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에 따른 답안을 적는 시험 (X)
→ 문제를 보는 순간, 외웠던 것을 머리보다 손이 먼저 반응하여 답안지에 쏟으내는 시험 (O)
- 그러다 보니, 아래와 같이, 앞문자 따서 외우는걸 반복하여 시험장에서 쏟아내고 나오는 순간 머리에서 버리는겁니다.
· 이 두음 학습법은 별도로 포스팅해보겠습니다.
과목별 합격방법과 인강 후기입니다.
1. 공통
- 기출문제를 따로 공부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지막 점검 시, 이걸로 확인작업을 했습니다. (모의고사 보기)
- 내 생각을 쓰는 시험이 아닙니다. 외운 것을 정확히 쓰는 시험입니다.
- 학원 교재만 최대한 모두 외워버리려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거의 그렇게 되었습니다.
- 투입대비 효과를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VALS 같은 것은 외울 것은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해 나올 확률은 적어보여서 뒤로 미루고 미루었습니다. 더 중요한걸 먼저 학습했습니다. 결국 완벽히 외우지는 못했고, 시험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2. 마케팅관리론
- 이인호 선생님은 경영지도사 외에도 공무원, 공기업 등 경영학 강의를 많이 하십니다. 온라인에 찾아보면 호불호가 있습니다. 강의를 잘 한다는 사람과 전달력이 어떻네 하시는 분들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은, 그런거 찾아볼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집중해서 강의 듣고 외우세요. 강사 평가하는 것 만큼 무의미한 것이 없습니다. 요새 인강 강사들 스킬이 얼마나 좋아진건지는 모르지만, 이인호선생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이 정도로 짚어주는 것이 쉽지 않은 과목입니다.
- 마케팅관리론은 공부를 많이 해도 생각보다 낮은 점수, 적게 해도 생각보다 높은 점수라고들 합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저는 이번 시험에 마케팅관리론을 제일 잘 본 줄 알았는데, 나온 것을 보니 점수가 가장 낮습니다. 60점도 안되더군요. 너무 이상해서 문항별로도 맞춰봤는데, 정확하게 썼다고 생각하는 것은 낮은 점수가, 조금 실수했다고 생각한 것은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전시간에 언급한 ATL BTL 문제, 이것은 제가 엄청 공들여 썼고 어느 문제보다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 6점밖에 안나왔습니다. 채점 기준이 가장 모호한 과목입니다.
- 과목에 대한 이해도 그렇지만, '수험'에 맞추어 주셔서 더욱 좋았습니다.
- 아이파 교재만 10회독 정도 한 것 같고, 교재에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구글검색으로 보완했습니다.
3. 시장조사론
- 통계학 전공자로, 익숙하기는 했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거의 처음부터 다시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그래도 통계학과 졸업생인데 시장조사론만큼은 잘 봐야 하는 자존심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 하지만, 그래봐야 원수유 단단집 통통솔 외우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비전공자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카이스퀘어' 같은 단어들이 낯설지 않을 뿐이지, p-value가 뭐고 1종오류와 2종오류가 뭐가 다르고 등등은 거의 처음부터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런 내용을 학원 인강에서 잘 짚어주셨습니다. 여기 등장하는 김홍규 선생님은 역시 비전공자로 처음부터 본인이 하나하나 학습하셔서 오히려 쉽게 잘 가르쳐 주십니다.
- 고급통계는 최대한 뒤로 미뤄두었다가 수험 2~3일 전에야 마스터했습니다. 초시에서는 "중요한 것 먼저하기" 전략을 활용해야 합니다. 역시 이번 시험에도 다른 해 처럼, 다행히, 고급통계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4. 소비자행동론
- 가장 어렵고 체계 없는 과목이었습니다. 무슨 심리테스트같은 이상한 이론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데, 처음에는 재미있다가도 어느 순간엔가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론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 이런것까지 외워야 하는 것인가 하는 째째한 내용들의 향연에서, 이선희선생님은 필요한 것들만 콕콕 잘 짚어주셨습니다. 강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1종오류 (나올 것 같다고 했는데 안나오는 것) 보다 2종오류 (이런 문제는 안나온다고 했는데 출제되는 것)가 더 치명적이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도 혹시나 하고 짚어주는 경우가 많을텐데, 이선희선생님은 그렇지 않으셨습니다. 중요하다고 한 것은 진짜 중요한 것이었고, 별로 안중요할 것 같은 느낌을 주신 것들은 진짜 안중요했습니다. 선생님 쪽집게 스타일이십니다. 빠른 시간 내에 방대한 양을 다루는 데에 이만한 강사가 있을까요 강의도 강의지만 동기부여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특히 저는 벼락치기를 해야 했으므로, 시험 2주를 남겨두고도 내용의 태반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선생님도 파이널 강의 시, 2~3주면 충분히 많이 남은 시간이다. 그 기간동안 집중하면 붙을 수 있다 고 하셨는데, 비록 모니터 너머에 있었지만 저에게 하시는 말씀 같아 소름 돋았었습니다. 덕문에 소비자행동론에서 고득점 했습니다.
- 다만 이선희선생님, 앞문자 따서 외우는 것을 알려주실 때, 그 상황을 너무 부끄러워 하십니다. "말도 안되는건 알지만, 이렇게라도 외워야지요" 등을 꼭 덧붙이시는데, 선생님, 이거 절대 부끄러운거 아닙니다. 오히려 이렇게 공부해야 합니다. 좀 더 자신감을 가지세요.
- 내용 자체가 어려운건 없습니다. 다만, 외워야 할 것이 너무너무나도 많습니다. 지나고 나면 얼마 안되는 것 같지만, 주어진 짧은 시간에서 단기기억속에 우겨넣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에, 오늘 외우면 내일 잊습니다. 그럼 내일 또 집어넣으면 모레 잊혀집니다. 그럼 또 입력을 하면 3일은 갑니다. 이 공부는 이렇게 해야 합니다.
- 여러분, 인터넷 강의 꼭 들으세요. 수험 기간이 훨씬 단축됩니다. 짧은 시간 내에 바짝 집중해서 무시무시한 학습량으로 계속 머릿속에 쑤셔넣는겁니다.
다음편에서는, 이 시험과 관련된 여러 질문에 대한 문답을 써 보겠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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