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악필인데, 괜찮을까요
A) 저는 엄청난 악필입니다. 어릴때부터 어머니에게, 글씨때문에 많이 혼났습니다. 그래도 제 인생에 글씨가 제 발목을 잡은 적은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험에 떨어지면 그게 무너질 것 같았습니다. 제가 붙은걸 보면 악필이 큰 영향은 없는 것 같은데, 악필이라는게 상당히 상대적입니다. 그냥 제 서브노트의 일부를 올려봅니다. 실제 답안 작성도 이 정도 글씨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시간이 촉박했으므로 오히려 더 못썼을겁니다. 개인적으로, 이제 이 시험도 손으로 쓰지 말고 키보드로 문서로 만들어 제출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채점하기도 편할텐데요.
좌우간, 제 글씨 보시며 악필인 분들은 어느 정도 가늠해 보시기 바랍니다.
Q)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A) 대체로 40대 이상이 많이 응시하시는 시험입니다. 공감하시겠지만, 처음에는 ‘공부에 집중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책을 펴면 떠오르는 과거의 후회와 회한, AI는 미래와 내 앞날을 어떻게 바꿔갈까, 내일 아이 점심은 뭐 해줄까, 그 아파트 샀어야 했는데, 그 회사 왜 그만뒀을까, 한의대 갔었어야 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 등등이 책에 피어오릅니다. 이럴 땐 굳이 집중하려 하지 않고, 그냥 인터넷 강의를 들었습니다.
Q) 벼락치기가 가능한 시험인가요?
A) 원래 제 성향입니다. 그런데 이게 컨설팅에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제 업무 스타일도 마감 시간 전날까지 미뤄놨다가 빠른 시간 내에, 니코틴과 카페인으로 밤 새워 집중해 끝내곤 합니다. 계획을 세워 미리 하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반면 제 아내를 보면, 시작부터 차근차근 계획 세워 미리미리 준비해놓는 스타일입니다. 공부는 각자의 스타일대로 하시면 됩니다.
Q) 시험지 제출 분량은 어떻게 되나요?
A) 과목당 10페이지 정도 쓴 것 같습니다. 시장조사론은 좀 7~8페이지 쓴 것 같습니다. 제가 글씨를 느리게 쓰는 스타일은 아닌데, 저는 이게 한계였습니다. 문제지를 받고 위의 사진처럼 답안 내용 (정답 키워드)을 10분 정도 문제지에 적고 나머지 시간은 쉬지 않고 끝까지 계속 썼습니다. 수기를 보면 16페이지 쓰시는 분들도 계신데, 그게 물리적으로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Q) 볼펜은 무엇을 몇 개 썼나요?
A) 모나미 FX Zeta 썼습니다.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총 5자루 정도 다 소모한 것 같습니다. 역시, 이런 중요하지 않은 것에 너무 신경과 시간을 쏟지 말아주세요. 아무거나 써도,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됩니다. 중요한것에 신경쓰세요
Q) 시험에 붙을줄 알았나요?
A) 원래 수험 공부는 넘치게 해야 합니다. 이 시험은 난이도와 합격률이 해마다 달라서, 혹시나 모를 어려울 해에 대비하여 넘치도록 공부해야 합니다. 그런데 올해 저는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시험 전날, '이정도면 아슬아슬하게 합격은 하겠다. 그런데 문제가 어렵거나 합격률이 낮으면 떨어지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문제가 좀 쉽게 나왔습니다. 시험 보고 나오면서, 잘봤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모르는 것은 거의 없었고, 잔 실수야 있었지만 만약 이게 떨어진다면, 더 잘 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했습니다. 만약 떨어진다면, 뭘 더 어떻게 노력을 할 수 있는건가 라는 생각이 발표날까지 스트레스로 짓눌렀습니다. 이번 시험은 저에게, 그냥 운이 좋았습니다.
Q) 스터디는 했나요?
A) 공부는 혼자 하는거라는 지론이 있습니다. 성향에 따라 다른데, 스터디를 해서 더 잘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를 먼저 질문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자기관리는 어떻게 했나요?
A) 원래 담배를 끊었다가 피웠다가 하는데, 2차시험 2개월 전부터 다시 끊었습니다. 시간이 훨씬 풍요로워지는 느낌입니다. 독서실 갈 때에는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갔습니다.
Q) 서브노트는 어떻게 만들었나요?
A) 제 서브노트는 내용을 예쁘게 정리한 것이 아닙니다. 아래와 같이, 두음글자 따 놓은 것을 따로 정리해 놓았고, 시험 직전 3일 정도는 이것만 미친놈처럼 중얼중얼 외웠습니다. 안외워지면 다시 책을 찾아보고, 외울때까지 이것만 반복해서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이 노트에서 거의 다 나왔습니다. 왜냐면 이게 시험 내용의 거의 전부였거든요.
짧았지만, 수험생활을 핑계로 가사노동과 밥벌이에서 벗어나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목표가 명쾌하고 삶이 단순해졌습니다. 공부를 시작할 때 번잡했던 머릿속은, 시험 직전에는 다 정리되어 또렷해졌습니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가 무슨 의미인지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이제 2개월이 지났는데 그냥 다시 수험생 하는 것이 그리워질 정도입니다.
다음번에는 시험장에서의 유의사항과 답안작성요령, 이 시험에 진입하면 좋을사람을 포스팅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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