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갑자기 몰려들고 촉박한 납기가 다가오는 이유로 사무실을 대청소하고 가구 배치를 바꾸었다.
간만에 폴더 정리를 하고 그러고도 성에 차지 않아 저출산에 꽂혀 통계청 자료를 뒤지며 나름 분석을 해 봤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몇 가지를 정리 해 본다.
저출산의 원인은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사회 문화 정치 경제적 여러 원인들이 시차를 두고 다양하게 얽혀 있으므로 간단 명료하게 주요인을 짚어내기는 어려울 터.
여러 원인 중 가장 공감이 가는 것 두 개는 다음과 같다.
1. 도시 집중으로 인한 생존경쟁 (조영태 교수)
https://youtu.be/t6wRxOufGhs
2. 양육에의 두려움 (오은영 박사)
https://www.nocutnews.co.kr/news/5751687
이외에, 통계청 데이터를 간단히 보면서 몇 가지 단서들을 추려내다 보면, 결국 '이대남 현상'과 맞닿는 부분을 찾게 된다.
그 잉여로운 탐색 과정을 보자.
출산율 저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X) → 어제 오늘 일이다(O)
2000년 이후 21년간의 합계 출산율로 그래프를 그려 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된다.
00년부터 05년까지는 출산율이 빠르게 줄다가, 05년부터 15년까지 10년간만 떼어놓고 보면 여전히 저출산이지만 그래도 상승 추세를 보인다.
(그림 1, 2 참조)
00~05년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는, IMF 충격과 출산 연령(25~35세)대의 인구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쉽게 추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05년부터 '15년까지의 10년간은 주요 출산 연령인 30~35세의 인구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증가한다. (그림3)
국민연금공단에서 향후 출생율을 낙관적으로 봤던 이유가 이 시기의 출산율 증가로 이해가 가능하다.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하는 시기는 '15년 이후 부터이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30~35세 인구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림4)
'05~'15년도의 출산율 증가와 '15년 이후의 급격한 감소를 통해, 사회 일각에서 설명되는 몇 가지 가설은 다음과 같이 반박된다.
1. 부동산 가격의 폭등 때문 (X)
→ '02년부터 '07년까지 높은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도 그 이후에도 출산율은 조금씩 상승했다
2. 출산적령기 인구 감소 때문 (X)
→ 그림 3, 4에서 봤듯이, '05~'15년도에는 30~35세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상승했고, '15년도 이후에는 출산적령기 인구 증가에도 하락했다.
3. 일/가족 양립이 안되어서 출산율이 낮아진다 (X)
→ 주52시간제 도입, 근로문화 개선 등은 문재인 정부 최대의 치적이다. 이게 문제였다면 훨씬 열악했던 '05~'15년의 출산율 상승을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재택근무가 활성화 되어 회식문화, 야근 등 직장 내 갈등이 적었던 '20~'21년도에 출산율이 상승했어야 했다
4. 저출산 예산이 적어서였다 (X)
→ '15년 이후부터 저출산 예산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림5)
5. 고용 불안 때문 (X)
→ '16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고용 안정성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6. 전통적인 성 역할의 불평등 때문 (X)
→ '00년 이후 현재까지 이는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다. 이게 원인이라면 '15년 이전에는 더 낮았어야 했다.
7. 출산과 육아로 여성의 경력단절 (X)
→ 출산/육아휴직은 최근 5년간 크게 개선이 되었다.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더 가혹했던 과거에는 출산율이 더 낮았어야 했다.
8. 청년실업 (X)
→ 20대와 30대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지속 증가 중이다 (그림6, 그림7)
9. 코로나쇼크 (△)
→ '20년부터 '21년까지의 출산율은 그 전 5년에 비하여 감소세가 더디다. '22년도 출산율이 발표 되면 더 정확히 파악이 가능할 터이다.
여러 가설 중 위의 단순한 데이터를 통해 검증되는 부분도 있다.
1. 수도권 집중화
→ '05년 이후부터 2기 신도시, 세종시, 전국의 혁신도시 등으로 인구 분산 정책이 활발했었다. 이들이 정착한 지역은 출산율이 높음이 사실로 증명되었다.
2. 양성의 전체적인 소득의 증대
→ 전체적인 소득 증가와 출산율은 음의 상관관계가 있다. 인과관계는 알 수 없다
3. 개인친화적 인프라, 반려동물 증가
→ 연애보다 개 고양이라 놀거나 넷플릭스가 더 재미있을 수 있다. 인과관계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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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가장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그림 6, 7의 20~30대 경제활동 참가율이다.
전체적인 경제활동 참여율은 감소하는 가운데, '15년을 기점으로 남성은 하락하고 여성은 상승하는 것을 확인 가능하다
30대는 그 추이가 slight한데, 20대는 dramatic하다.
특히 그림7의 20대 경제활동 참가율을 보면, 전통적으로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다가 '12년을 기점으로 역전되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더 높아진다.
그 격차는 '15~'18년 사이에 가장 크게 벌어지고, '20년 코로나 쇼크로 함께 크게 하락한다.
30대들의 경제활동 참여에 코로나 쇼크의 영향이 거의 없었음(그림6)을 참조한다면, 코로나로 인한 고통은 여러 세대 중 20대가 가장 크게 받았음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일자리 안정성 강화 덕분에 윗세대들은 고용 유지를 보장 받았으니 이들을 내보내는 대신 기업이 신입채용을 줄인 효과로 추정된다.
40~50대가 대거 직장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20대가 채웠던 IMF 쇼크 때를 비교하면 20대들이 코로나 쇼크를 받으며 누구를 원망했을지 눈에 훤히 보이지 않나.
한편, 그림7의 '20~'21년도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 쇼크에서 회복하는 '21년에 20대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은 V자 반등을 보이며 빠르게 회복하지만, 20대 남성은 오히려 더 낮아진다.
이 원인은 잘 모르겠다.
배달 같은 플랫폼 노동과 같이 경제활동 참가에 잡히지 않는 직종에 20대 남성이 대거 진입 해서 일수도 있고,
코로나19로 공공부문에서 제공된 저임금 계약직 공공일자리에 20대 여성들이 더 많이 진입한 이유일수도 있음이 추정될 뿐이다.
그 외에 다른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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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출산의 원인이 무엇이고 해결 방안이 뭐냐고 물으면, 그건 나도 모른다.
그래도 위의 간단한 자료들을 통해 몇 가지 단서는 발견된다.
다 정책적인 문제다.
1. 저출산 예산에 쏟아부을 돈을 지역 경제 활성화로 돌려 수도권 집중화 해소
2. 일 가정 양립의 두마리 토끼는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칠 수도 있겠다.
3. 20대 남성들을 윽박지르고 조롱하고 훈계하지 말고, 왜 저러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자리의 총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고용의 안정성과 신입사원 고용 창출은 역시 두마리 토끼이다.
지난 시절 여성들이 여러모로 차별 받은 것은 이해가 간다. 그래도 그들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있었으므로 어느 정도는 위로가 되었을 터.
그러나 지금 20대 남성들의 편에 서 있는 이는 누군가. 누가 어떤 이야기를 들어주고 어떤 이슈와 정책을 만들며 어떤 액션을 취하나. 이들이 결혼하고 출산하지 않으면 누가 아이를 낳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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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 개인적인 아이디어를 내 본다.
부부 중 일방이 경제활동에 집중하고 다른 한 쪽은 육아와 양육에 집중하는 과거 시대의 가족 역할 모델을 지금 세대에 맞게 다듬어 적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애 보는 것과 일 하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해 본 사람들은 다 안다.
고출산 국가의 대다수가 전통적 가족관계 모델을 갖고 있고, 일과 육아가 양립 가능하다는 북유럽 복지국가도 실상을 파헤쳐 보면 부부 중 일방은 저소득 파트타임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가 많음을 참조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낸다면,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 같은 것을 벤치마킹하면 어떨까.
이 정책은, 마이스터고 등 고졸 후 곧장 대학에 가기 보다 취업을 먼저 하고 경력을 쌓은 후 대학을 가게 하는 정책이었다.
이 때를 기점으로 90%에 육박했던 우리나라 기형적 대학 진학율은 낮아졌고, 고졸 취업으로도 좋은 일자리를 잘 잡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를테면, 대학 3학년 정도에 7~8년의 Gap year 휴학 기간을 주고,
그 시기 결혼 출산 양육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임대아파트, 양육수당, 양육 후 일자리 보장 등)을 마련해 준 후 아이가 학교를 다닐 때 즈음에 1년 정도의 재교육 후 취업을 할 수 있다면?
첫 취업 나이가 30 초반일테니 길어진 인생에서 그리 늦은 것도 아니고, 양육은 충분히 했으므로 이제 본격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의욕도 생길 수 있다.
그 때 부터 시작 해도 일자리에서 큰 성취를 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20대 중후반에 취업을 하여 30 초중반에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반복하다가 30 중후반에 비로소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지금의 체계보다 여러모로 훨씬 낫지 않나?
문재인 정부는 "‘저출산 대책’에 대해 과거 정부와는 다르게 접근했다. 출산율 높이기를 목표로 한 게 아니라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고 저출산 고령화 로드맵에서 밝혔다.
이 정책은 성공했다. 아이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은 개선되었고, 출산율 높이기는 애초에 목표가 아니었으므로 이 시기 출산율은 급전직하 했다.
''15년 정도까지 출산율이 어느 정도 상승 추세를 보였으니 그런 정책을 내놓았으리라고 짐작은 간다.
그 때는 그게 시대적 과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시점은 아니지 않나 싶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초인이 나타나길 기대해 본다.
이제 진짜 일하러 가야겠다.
모든 자료는 kosis, index.go.kr 에서 받아 가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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